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인지검사 결과 데이터를 넣으면 향후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을 예측해주는 수식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연세대 의과대학 신경과 이필휴·정석종 교수 연구팀이 초기 파킨슨병 환자의 신경인지검사 결과로 치매 위험도를 예측하는 모델과 수식적 도구인 노모그램(nomogram)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 세포가 사멸해 나타나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치매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에 치매가 발병할 소지가 큰 환자를 선별해 적극적으로 인지기능을 관리하는 게 좋다. 파킨슨병을 10년 이상 앓은 환자의 45%, 20년 이상 앓은 환자의 80% 정도에서 치매가 발병한다는 보고가 있다.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350명을 평균 5.6년 추적 관찰해 초기 진단 시 시행한 신경인지검사 결과가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신경인지검사 데이터를 영역별 점수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인지 영역은 ▲ 시각 기억·시공간 능력 ▲ 언어 기억 ▲전두엽·실행능력 ▲ 집중·작업기억·언어능력으로 구분했다.

연구하는 동안 350명 중 78명(22.3%)의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했는데, 신경인지검사 영역 중에서는 전두엽 기능이 치매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5년 이내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 수식적 도구도 개발했다. 개별 환자의 신경인지검사에서 도출된 영역별 수치를 점수화해 적용하는 식이다.

실제 파킨슨병을 30개월 동안 앓고 있는 69.5세 남성 환자의 신경인지검사 데이터를 수식에 적용한 결과, 5년 이내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도는 1.2%로 나왔다. 이 환자는 2013년 7월부터 약 6년에 가까운 추적 기간 중 치매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파킨슨병을 36개월째 앓는 73.2세 남성의 신경인지검사 데이터를 수식에 적용했을 때 5년 이내 치매가 발생할 위험은 81%에 달했다. 이 환자는 연구 기간 도중에 치매로 진단받았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파킨슨병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한국형 파킨슨병 치매에 특화한 예측모델이 개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 호에 게재됐다.